[일반 소설 타입 오마카세 리퀘 샘플]

신청자분의 요청으로 신청 자료 자체는 비공개 처리 하고, 글 서술로 대체합니다.

또한 캐릭터의 이름도 (이름) 표시로 대체합니다.

 

BL 앤관, 둘 다 근미래 세계관의 실험체 캐릭터들입니다.

왼쪽 아이는 나이가 많고 키가 큰 편이며, 능글거리고 여유있는 캐릭터입니다. 눈 밑 빨간 화장이 특징적입니다.

오른쪽 아이는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키가 작은 편이며, 어릴 적 그의 어머니가 사랑을 굉장히 뒤틀리고 잘못된 방식으로 가르쳐 주어, 완전한 통제와 소유 그리고 서로의 심장을 찔러 한 쪽이 상대방의 심장을 이식받는 것을 사랑으로 생각하고 만 서사가 있는 캐릭터입니다.

 

 

 

 


 

 

 

 아, 어머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었던가요? 내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손에 움켜쥐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요?

 작은 소년이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계속해서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온 몸에 있는 피를 모두 뿜어낼 것 같은, 그런 소리가. 쿵, 쿵 하고 전신에 울려 퍼진다.
 바닥에는….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그 소년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이게 사랑이 아니었던가요? 정녕 이것이 거짓이었단 말입니까? 이것이 사랑이 맞다면 나는 대체 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인가요. 분명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조그마한 그가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본인보다 훨씬 커다란 남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 일어날 거예요?"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는 대답해줄 줄 알았는데, 이 자는 그 누군가가 아니었단 말인가. 소년은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축 처진 남성의 어깨를 쿡쿡 건드렸다. 안 일어나냐고요. 당신이 나에게 '내가 죽을 것 같냐'며 실컷 웃어댔잖아요.
 말을 하며 한 단어당 한 번씩 바닥에 널브러진 그를 연신 건드렸다. 하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그의 눈 밑에 그려진 새빨간 화장조차 다크서클처럼 보일 정도로 창백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계속해서 반응이 없는 그의 옆에서 소년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평소와 같았으면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능글맞게 히죽거리며 장난이었다고 피식거릴 것이 분명한데. 왜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 거지. 분명 최고의 사랑을 전한 것일 뿐인데…. 왜 그는 내게 사랑을 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사랑을 받기만 한 걸까. 
 소년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왜 일어나지 않는지, 어째서 움직임조차 없는지, 도대체 어떤 것 때문에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아선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그가 미쳐버릴 것이 분명했기에.
 평소의 모습도 그리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 그였다. 그런 그가,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아 버린다면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지금 분명히 동요하며 어머니가 전해주신 사랑에 대해 의구심과 혼란스러움, 절망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 옆의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그가, 자신의 옆에서…. 아니 만일 이게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
 그는 내달렸다. 심장이 터져라 내달렸다. 폐에 공기가 들어오는 것 조차 호흡이 너무나 거칠어 그 공기가 사포가 되어 폐포를 갈아내는 것만 같이 가슴이 아려왔다. 발이 뭉개지도록, 하지만 정신없어 그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그러자 모든 건물에 불이 꺼진 가운데, 희미한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커다란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반응을 보이며 걸어 나왔다. "여기서 뭐 하니?" 어린 아이같은 그의 외관에,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소년에게 물었다. 그는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저기. 저쪽에. 그러니까, 사람이. 제가. 허니가……."
 괜찮아, 왜 그러니? 진정하려무나. 일단.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이야기 해 보렴. 그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다정했다. 하지만 평소라면 의심하고 경계할 법도 했던 그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는지, 소년은 자신 앞의 사람에게 그대로 매달리며 눈물을 흘렸다.
 "사랑, 사랑이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소년에게서 이야기를 듣던 이는 빤히 소년을 내려다 보다가, 사랑? 하고 되물었다.
 네, 사랑. 사랑하는 것은. 그러니까, 저기. 그게….
 말을 얼버무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현재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저 어버버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평소의 그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그래, 평소의 그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런 것이다. 사람의 본질을 바꾸고 성격까지 달라지게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어서 제 심장을 전해서…!"
  그런 게 완전한 사랑이라 생각하니?
 아직도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너는.
 소년의 앞에 서 있던 누군가의 형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무슨 일이야. 소년은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계속해서 일그러지며 기괴하고 몸체가 구겨진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건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었단다…."
 아.
 소년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년의 위로 거대한 악몽이 점점 몸집을 부풀려 갔다. 계속해서 커졌다.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그것이 스스로의 크기를 불려가는 속도 또한 빨라져 갔다. 그는 계속해서 그 심연을 올려다 보며 몸집을 불려가는 악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집을 불려가는 악몽?
 그래,
 아.

 무엇인가 깜빡거렸다.
 형광등인가?
 생각해 보면, 형광등은 아니었다. 이건 그러니까, 눈…. 눈꺼풀?
 "(이름)."
 순간 들려오는 그의 음성에 소년은 확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는 자신이 그토록 살려달라 애원하던 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허니. 여기가, 그러니까…. 소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그가 다가와 소년을 그대로 다시 눕혔다.
 "언제는 내 뒤통수를 칠 것처럼 으름장을 놓고는…. 내가 쓰러진 채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 봐 그리 겁이 났나?"
 그는 소년이 누워 있는 침상에 걸터 앉으며 말했다.
 잠꼬대 한 번 요란하게 하더군.
 소년은 그대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때 분명, 죽어가고 있었잖아요.
 뭐, 아마 그렇겠지.
 그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아니, 그렇게 웃을 것이 아니라…."
 소년은 그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무엇인가 낯선 감각이 느껴졌다.
 "느껴지나?"
 그가 물었다. 소년은 계속해서 그를 마주 보았다. 그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꿈을 꾼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친 건 본인이야. 도련님."
 자신의 몸에 조금 더 신경쓰라고.
 그는 소년을 침상에 그대로 다시 눕혀 두었다.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또, 그래. 그런 건가. 실험 부작용에 의한 꿈인가. 꿈이란 지독하게도 생생하고도 고통스럽구나. 아니, 그게 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의 비극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인 것인가.
 소년은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렸다. 감각은 잘 살아있었다. 그러나 맥동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 또 실험인가.
 실험 부작용이 이번에는 컸나 보군. 침상에 등을 돌리고 걸터앉아 있던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윽고 다시 한 번 말을 이어갔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꿈을 꾸는 것 같던데."
 물론, 실제로 고통을 느끼기에 고통스럽기야 하겠지만.
 깨어난 뒤에 무엇인가를 깨달은 표정을 짓게 만드는 꿈은 어떤 꿈인 건가?
 그가 물었다.
 소년은 침묵했다.
 그러고는 짧게 대답했다.

 "사랑."
 사랑을 새로이 정의하는 꿈이요.

 그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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