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 보고 서사/상황 날조 타입] 실제 커미션 샘플 9

 

 


 

 

 “비비, 또 다쳤어?”

 그녀의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가 하고 살펴 보니, 옆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정확히는 빛무리였다. 그 빛무리들은 마치 흡사 요정과도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괜찮아, 이 정도야 뭐!” 하고 이야기하며 생긋 웃어 보였다. 그녀의 반달 같은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동자가 마치 빛나는 것 처럼 동공의 하늘색 빛깔을 반사하고 있었다.

 요정들은 ‘안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은 거 맞아? 반창고가 이렇게나 많다고!’ 같은 말들을 속삭여 댔다. 그러나 비비는 그대로 후후 웃고는 계속해서 길을 걸어 나갔다.

 

 누구나 다 이 요정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누군가는 비비에게 그녀를 ‘4차원’ 이라는 말로 정의하곤 했다. 분명 옆에 아무도 없는데, 마치 공중에서 떠 다니는 누군가가 있는 것 마냥⋯. 혼자 그 누군가와 대화하는 아이라며.

 그러나 비비의 대화는 허상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이 요정들을 못 보는 것일 뿐. 그녀는 똑똑히 보고 있었고, 알고 있었기에 딱히 그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갈 길을 쭉 걸어갈 뿐이었다.

 “저 사람 봐, 옆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대화하고 있어.”

 길 건너편의 사람이 수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비비는 계속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오늘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구나! 비비는 그저 그렇게 긍정적이고, 명랑한 사고를 이어 나가며 아무런 정신적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그야말로 철의 정신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걸 그냥 그들의 말대로 ‘4차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비는 길을 걷는 것을 좋아했다. 지도를 따라 자신이 모르는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요정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종종 나타나는 그 새로운 요정들은, ‘처음 보는, 그렇지만 자신들이 보이는’ 인간을 발견함에 기뻐하며 비비를 따라 다니곤 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진짜? 내가 보여?”

 “나도 보여? 정말로?”

 

 비비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렇다니까!”

 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요정들이기에. 사실 요정들에 대해 그들에게 설명해 준다 하더라도, 그 설명을 듣는다면 다른 ‘일반인’들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임이 뻔했다. 물의 정령이니, 뭐니⋯. 이 세상의 기본 요소들을 이루는 바탕이 되는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니,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비는 괜찮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요정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내가 오늘 이렇게 했는데⋯. 다시 넘어져서 얼굴에 반창고가 하나 더 생겼지 뭐야!”

 요정들은 후후 하고 웃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막 늘어놓는 비비가 귀여워 보인 듯 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볼 수 있는 인간과의 교류가 오랜만이라 그런 것 또한 있겠지. 얼마나 오랫동안 요정들끼리만 이야기해 왔던가. 인간과의 교류가 끊긴 지 어언 천 년. 그 긴 세월동안 요정이라는 존재들은 세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들끼리만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비가 등장했다. 천 년만이었다. 그렇기에 온 세상의 요정들이 모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비비는 요정들을 신기해 했고, 평소에도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했기에 쉽게 믿었다. 그리고 요정들을 아껴 주었다. 요정들 또한 비비를 아껴 주었다. 가호라고 하던가, 이런 것을. 이 세상의 모든 물의 요정들의 가호를 받는 비비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막아 사람들을 구한다던가.

 비비가 나타나고, 그녀가 살고 있던 곳에는 해일이 잦아들었다. 원래 바닷가 마을이었고, 해일이 잦게 몰려와 인명피해가 많은 곳이었지만 그녀의 등장 이후로는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의 사람들 또한 그녀의 등장과 함께 해일이 잦아들었음을 인지했기에, 자신들이 보기에 ‘4차원’,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도 딱히 비비를 쫓아내려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혼자 있는 자그마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보석을 알아보는 이는 없고, 그렇지만 그래도 보석의 존재만큼은 명확했다. 그녀는 명백히 보석이었다. 최소한 요정들에게는⋯.

 

 비비는 오늘도 길을 걸었다. 산책을 나오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바닷가를 걸어다니는 것이 그녀의 취미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해변가에서 발견되는 일은 그리 뜸한 일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해변가에 나와 조개를 줍는다던가, 그 곳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게들에게 인사를 한다던가, 아니면⋯. 스스로의 옆에 있는 요정들과 이야기를 한다던지.

 

 “비비, 비비. 여기 봐봐. 어제는 없던 조개가 생겼어. 아마 파도가 데려다준 것이 아닐까? 내 느낌으로는 그런 것 같아!”

 요정 중 하나가 열심히 말을 걸었다. 그러자 비비는 “응, 어제는 없던 아이네. 이 친구도 주워 갈까? 집에서 길러 보고 싶어.” 하고 대답했다. 요정은 집에서 기르기는 어려울 건데⋯. 하고 이야기하고는 그저 바닷가에 놔두자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비 또한 그러게, 우리 집은 이 바닷가보다 훨씬 좁으니까. 이 아이에게도 힘들 거야. 같은 대답을 이어 나갔다.

 비비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굉장히 별난 아이였지만, 타인으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고 친화력이 굉장히 좋았다. 비비는 어디를 가든 누군가와 어울리든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였다.

 

 요정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종족이 다름에도, 다른 인간들과는 교류가 불가능함에도 비비에게 만큼은 굉장히 호전적이었다.

 요정들은 비비를 좋아했다. 정말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했다. 교류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수천 년 동안 자신들끼리만 이야기가 통해 왔지만 비비의 등장 이후로는 달라졌다. 이제 인간과의 교류 또한 가능했다. 비록 지금의 비비는 타인으로 하여금 조금 이상한 아이 정도로 비춰져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지만⋯.

 그녀의 친화력으로 곧 있으면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누구랑 말하고 있는 거야?”

 어딘가에서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친구가 등장하는 순간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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