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 보고 서사/상황 날조 타입] 실제 맞리퀘 작업물 6

영감이 너무 잘 떠오르는 아이인지라,

원래 1000자에서 2000자이나 5300자 정도로 작업되었습니다.

(그림으로 치면 오버퀄이라는 의미 정도 되겠습니다.)

 

 

[받은 프로필과 이미지]

 

 

[이름은 신청자분의 요청사항으로 인해 가립니다.]

[받은 요청 사항]


연성을 바라는 장르의 종류
제오인격 장르의 과거서사

연성 결과물을 보기 바라는 캐릭터(들)의 정보 기재

이미지 참조


원하시는 상황
기본적으로 무겁고 피폐하고 불행한 분위기였으면 좋겠어요! 현재 아이의 성격이 어떤 상황이든 항상생글벙글 웃고 자신의 속내를 감춰요. 과거에서 원래 삶에 무기력하고 항상 무표정이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미쳐서 지금의 성격이 되었다는 서사가 보고싶어요! 불행서사👍 아이가 붕대를 감은 이유는 화상 때문이라고 생각 중이예요

원하시는 느낌이나 분위기
꾸덕꾸덕하고 불행하고 피폐한...

꼭 들어갔으면 하는 사항, 강조해야 하는 사항

(프로필 참고해주세요!)

"피안화, 눈밭, 바이올린"

요소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이건 정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사항, 불호 요소
밝고 해피해피한 분위기 제외 좋아요!

 

 

 


 

 

 

 

 그 교실의 화병에는 항상 피안화가 장식되어 있었다.

 어느 날은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했다. 피안화는 어떤 의미를 가진 꽃인가요? 그러자 선생님은 말했다. “음⋯. (이름)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주자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니까⋯. 그러니까, 선생님에 대한 마음이려나.”

 나는 그것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은 그 말을 하고는 옅게 미소지었다. 선생님께 어릴 때 선생님이 좋아요. 하고 이야기하던 것이 있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니었다. 그저 어린 마음에 던진 말일 뿐이었는데. 그것을 선생님은 아직까지도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바이올린 수업도⋯. 지금까지 얼마나 연습했는지 한 번 알아볼까.

 선생님은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셨다. 다정한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바이올린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면 차가운 눈밭에 맨발로 한 시간동안 서 있다가 들어오게 하는 이였다.

 

 “바이올린 연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란다.”

 한 시간동안 발이 끊어질 것 같은 감각으로, 너무나 힘겹게 서 있던 나를 다시 실내로 들여오고 난 뒤 하는 이야기가 겨우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이 이야기한 대로 선생님을 좋아했으므로. 그 말에 동의하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따랐다.

 거기, 그 쪽이 아니라 이 쪽.

 선생님이 내 바이올린 연주에 대해 지시해 줄 때마다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뒤틀린 듯한, 기분 나쁜 듯하면서도 기분 좋은. 그러나 이것을 반드시 따라야 할 것 같은. 그리고 그 기분과 동시에 실제로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면 꼭 선생님은 나를 눈밭 한가운데 서 있도록 했다. 그것이 ‘벌’이라고 했다. 나는 발끝이 너무 차가워 끊어질 것 같은 고통스러운 감각에 몸부림치면서도,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 내 머리 위에 쌓이며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것도. 모두 감내해야 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선생님의 지시였기에.

 

 그저 선생님이 좋을 뿐이었다.

 선생님은 뒤틀린 사람이었다. 어느 날은 나를 눈밭으로 쫓아낸 뒤 다시 데려오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8시간을 그 눈송이 사이에서 서 있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은 오히려 뇌리에 각인되지 않는 것인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동상을 너무 심하게 입은 내 몸은 망가졌고 온 몸에 붕대를 두르고 지내게 되었다.

 선생님은 바이올린 연주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것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인 내 몸의 붕대를 갈아 주시는 일을 해 주시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내 가슴 속의 무엇인가가 꿈틀, 하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스스로가 무엇인가 선생님에게 품은 마음이 있는 듯 느껴졌다.

 아닌데, 그저 어릴 적의 한 마디일 뿐인데.

 그것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가 없는데⋯.

 

 “선생님.”

 나는 선생님을 올려다 보았다. 선생님은 나를 내려다 보며 경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하는 말을 하려던 찰나. 선생님은 두 손을 부드럽게 내 어깨에 올리고 미소지었다. 분명 미소를 짓는 것이었는데 너무나 두려웠다. 온 몸이 떨려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두 눈동자만이 떨려 올 뿐이었다.

 아, 이 떨림이 선생님에게 보일까. 그가 눈치챌까. 알아줄까. 알아서는 안 되는데.

 두려웠다.

 나는 그 두려움에 선생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설프고, 거짓투성이라는 것이 티나는 미소일 뿐이었지만 선생님은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미소짓는 거란다.”

 그 날 처음으로 선생님의 눈웃음을 마주했다. 그것이 처음으로 들은 부드러운 말투의, 독설이 아닌. 다정한 어투를 가진 비교적 칭찬에 가까운 말이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미소짓도록 하렴. 그리고 혹시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려무나.

 선생님은 나쁜 사람이었다.

 나는 내 몸에 감긴 붕대를 스스로 갈고, 계속해서 치료하며 느꼈다.

 선생님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도. 아니 그냥 상식적으로도 이상하다. 선생님은 이상하다. 나쁘다. 뒤틀렸다. 무엇인가 미소지을 때에도 무서운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선생님이 좋았다. 좋아했다. 좋아했었다. 좋아하고 있다. 좋아할 것이다.

 이제는 선생님에게 바이올린 강습을 듣지도 않는다. 나는 얼마 전에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온 몸이 떨려 왔다. 그 이야기를 듣자 마자 8시간 동안 밖에서 서 있었던 그 때의 경험에서도 느끼지 못한 떨림이 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아팠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감각이 흐려지는 듯한. 그런 마음이 나는 심장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저리듯 느껴졌다.

 스스로 내 두 눈을 바라보면 그 사이 아주 빨간 부분만이 유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 온 몸의 어느 곳에도 색이 있는 부위는 없었지만 이 곳만이 유일하게 눈에 띄었기에, 내 감정이 이 곳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선생님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분명 행방불명 되기 전까지 나와 함께 있었는데⋯.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집 안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고, 선생님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무리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 많은 일을 해내기라도 한 듯, 온 몸이 부서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런 감각이 온 몸을 지배하듯 몰려왔다.

 감정이라는 것은 정말 간사하고도 간악하지만 스스로마저 속일 정도로, 악독하고 내 숨이 막히도록 만들어 버린다.

 

 선생님과 대화했던 것이 떠올랐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이 나를 마주보며 미소지어 주셨다.

 “그래, 그렇구나. 선생님은 그것을 받아줄 수는 없지만 계속 네 곁에 있을 거란다. 자, 오늘의 연습도 함께 시작하자꾸나.”

 나는 그 미소를 들으며 그저 마냥 좋아할 뿐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떠오르는 것은 피안화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내가 자라난 뒤에야 깨달았다. 그것이 피안화의 꽃말이었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것이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붕대를 두른 온 몸을 움직이며 바이올린을 켠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몸짓. 웃음을 짓는다. 미소를 짓는다. 눈을 둥글게 휘도록 웃어 보이며 활짝 입을 벌리고 말한다. 숨이라는 것을 이용해 ‘웃음소리’라 부르는 소리도 낸다. 그것이 내가 선생님에게 유일하게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 존재하시기는 할까.

 내가 그것을 알 길은 있을까.

 혹은⋯. 내가 이미 알고 있을까? 어딘가에서 잃어버리고 온 것은 아닐까.

 나도 참, 기억 따위를 ‘잃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의 나도 종종 눈밭 한가운데 서 있곤 한다. 어릴 적의 동상에 의해 망가진 몸. 그렇지만 상관 없다.

 어차피, 어차피, 어차피⋯.

 이것은 선생님의 벌이다. 내게 계속해서 나와 함께할 것이라 말해주신 선생님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벌이다. 눈 밭에 서 있는 것은 춥고 몸이 떨리고 배고프고 외롭고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이것보다 선생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게 가장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아, 이것이 바로 고통이라는 것이구나. 고통이구나. 이것이⋯.

 이것이 고동이구나.

 그리고 선생님의 존재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무엇인가 비린내가 느껴지는 듯 하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와 도무지 관련된 것을 떠올릴 수가 없다. 

 

 내 안을 흐르는 무엇인가가 없는 것 같은 싸늘함이 느껴짐에도 그와 동시에 무엇인가가 맥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 나는 눈송이가 스스로의 머리 위로 가라앉는 하얀 눈밭 한가운데서 바이올린을 켠다. 선생님이 가장 칭찬해 주셨던 내 곡.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 그것의 소리를 높이며 곡조를 이어간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어차피⋯⋯.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내 곁에 있겠다 약속해 놓고.

 그렇게 나쁘고 악독하고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했던 사람이 이토록 사무치도록 그리운 것은.

 

 아.

 이것이 바로 나만의 고통.

 절규. 떨림. 울림. 고동과 맥동.

 내 눈의 혈관이 움직였다. 스스로가 그것이 나만의 맥동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 시선에는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마치 인간의 망막 따위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오로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아 왔지만 선생님의 존재가. 그것 만큼은 나에게는 아직까지도 온전하게 보인다. 아직 볼 수 있다. 붉은 실 두 자락 안에 선생님의 모습만은 아직까지도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눈밭 한가운데서 바이올린을 켠다. 연주한다. 눈이 바이올린에 닿아도, 내 손과 머리에 쌓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존재하지 않아 그 눈송이가 한참씩이나 절대 녹아내리지 않는 추운 날씨에. 그 때의 그 원피스 한 자락만을 두르고.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을 꺼내어 다시 한 번 맛본다.

 피안화.

 그것은 내가 바이올린 강습을 받던 교실 창가에 있던 꽃병에 꽂힌 것의 이름.

 그리고 나와 선생님의 이야기.

 선생님은 내가 감히 닿을 수 없는 사람인 것이었다. 그것을 이제서야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어리석지. 스스로가 어리석고 또 어리석어서, 선생님이 좋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져 웃었다. 아니, 그것은 내가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던 것이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잊고, 묻고, 기억을 걷어 버리고 싶었던 것일 뿐인 걸까.

 다른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웃는다는데. 그렇게 또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았다.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것인지도, 그 울림이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을 깜빡이면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선생님이 나에게로 다가오며 이야기한다.

 “그래, 그렇지. 그렇게 웃는 거야.”

 

 앞으로는 그렇게 웃으며 다니렴.

 나는 잠시 바이올린을 켜던 것을 멈추고는 이 하얀 눈송이 사이에서 홀로 대답한다. “네, 그렇게 할게요.”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스스로 대답했을 뿐이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고개 사이에 끼우고, 현을 들어 서서히. 그리고 부드럽게. 발목까지 올라오는 쌓인 눈은 내 살과 옷과 머리와⋯. 유일하게 있는 눈의 붉은 실을 제외하고는 나의 모든 것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다. 이 새하얀 공간에서, 하얀 기억같은 곡조를 연주해 나간다.

 

 네, 선생님.

 이렇게 웃을게요. 그러면 언젠가는 돌아와 주실 거죠?

 이렇게 내가 홀로 켜는 바이올린 소리는 언젠가 선생님에게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항상 웃는다.

 그렇게 항상 웃는다.

 웃는다.

 웃고 있다 보면 자신이 가르쳐 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듣고 다시 나에게로 찾아와 주겠지.

 

 언젠가, 어느 날⋯.

 나는 알고 있다. 선생님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계속해서 연주해 나간다. 그것은 모두 나의 업, 나의 이야기, 나만의 일⋯.

 그렇게 나는 모두에게 미소짓는다.

 

 


 

 

 

[총 작업 소요시간 약 1시간 20분]

[1회 수정, 약 20분 소요]